카를로비 바리 온천과 예술이 흐르는 우아한 도시를 걷다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 온천과 예술이 흐르는 우아한 도시를 걷다

체코의 도시들을 하나씩 찾아가다 보면 저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다. 체스키 크룸로프에서는 블타바강이 감싸 안은 중세의 시간을 만났고, 텔치에서는 파스텔빛 르네상스 광장을 걸었다. 쿠트나호라에서는 은으로 번영했던 도시의 깊은 역사를 만났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다른 체코를 만나러 간다.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 사이로 온천수가 솟아오르고, 강을 따라 우아한 호텔과 콜로네이드가 이어지는 도시. 체코를 대표하는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ry)다.

처음 이 도시의 중심으로 들어서면 체코의 작은 도시라기보다 오래된 유럽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든다. 테플라강 양쪽으로 크림색과 연분홍, 노란색의 건물들이 이어지고, 좁고 긴 계곡을 따라 도시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다.

강물은 도시 한가운데를 조용히 흐르고, 그 곁으로 사람들의 산책길이 이어진다. 손에 작은 온천 컵을 든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야외 테이블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관광을 한다기보다 도시가 가진 느린 리듬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사람들이었다.


왕의 이름을 품은 온천도시

카를로비 바리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도시의 이름은 신성로마제국 황제이자 보헤미아 왕이었던 카를 4세(Charles IV)와 깊은 관련이 있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카를 4세의 사냥대가 이 지역에서 뜨거운 온천을 발견했고, 이후 온천 주변에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1370년에는 도시의 지위를 얻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온천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왕족과 귀족, 예술가와 작가, 음악가와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았고, 카를로비 바리는 점차 유럽을 대표하는 휴양과 사교의 도시로 성장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아름다운 도시가 처음부터 이 모습이었던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의 홍수와 큰 화재를 겪었고, 그때마다 도시는 다시 세워졌다. 오늘날 중심부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의 상당수는 카를로비 바리가 크게 번영했던 18세기와 19세기의 시간을 품고 있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는 단순히 온천수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치료를 위해 머무는 동안 사람들은 숲길을 걷고 음악을 듣고 공연을 보며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몸을 돌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문화와 예술을 만나는 시간이 되었다.

여행 TIP

카를로비 바리에서는 목적지를 정해 빠르게 이동하기보다 테플라강을 따라 천천히 걷는 것이 좋다. 주요 온천과 콜로네이드가 강 주변에 이어져 있어 산책하듯 걸어도 도시의 대표적인 풍경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


테플라강을 따라 걷는 우아한 산책

카를로비 바리의 중심에는 테플라강(Teplá)이 흐른다. 거대한 강은 아니지만 이 작은 강이 도시의 풍경을 하나로 이어 준다. 강 위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고, 양쪽으로 호텔과 상점, 카페와 온천 시설이 길게 이어진다.

강을 따라 걷다 보면 건물 하나하나를 자꾸 올려다보게 된다. 발코니와 창문 장식, 둥근 지붕과 섬세한 외벽은 저마다 다른 모습이지만 이상하리만큼 잘 어울린다. 산과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이라는 자연환경도 이 도시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걷는 모습이다. 이곳에서 산책은 관광의 일부가 아니라 오래된 온천 문화의 일부처럼 보인다. 온천수를 마시고 천천히 걷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가 다시 길을 걷는다.

유럽의 오래된 온천도시에서는 치료와 휴식만큼이나 산책과 사람들의 만남이 중요했다. 아름다운 공원과 산책로, 극장과 음악회장, 호텔과 카페가 온천 주변에 함께 발달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카를로비 바리를 걷다 보면 도시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휴식 공간처럼 느껴진다. 무엇인가를 빨리 보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보다 천천히 걷는 행위 자체가 여행이 된다.


시간마저 천천히 흐르는 밀 콜로네이드

테플라강을 따라 걷다 보면 길게 늘어선 돌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카를로비 바리를 대표하는 밀 콜로네이드(Mill Colonnade)다. 현재의 건물은 체코의 건축가 요세프 지테크(Josef Zítek)의 설계로 1871년부터 1881년 사이에 건설되었다.

긴 회랑 안으로 들어서면 바깥의 도시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기둥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사람들은 천천히 온천수를 맛보며 회랑을 걷는다. 누구도 서두르지 않는다. 한 모금 마시고 걸음을 옮기고, 다시 멈추어 이야기를 나눈다.

밀 콜로네이드 안에는 여러 광천수가 솟아나는 샘이 있다.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이 물을 찾아 이 도시를 방문했고, 물을 마시는 것뿐 아니라 콜로네이드를 거닐고 숲을 산책하며 하루를 보냈다.

나는 그 풍경을 바라보며 온천이라는 것이 단순히 뜨거운 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천천히 걷고, 쉬고, 음악을 듣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하나의 생활문화였던 것이다.

높은 기둥 사이를 걸어 나와 다시 테플라강을 바라보았다. 강 건너 오래된 건물들의 창문에 햇살이 반짝이고 있었다. 도시 깊숙한 곳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물이 솟아오르고, 그 물을 따라 만들어진 수백 년의 이야기가 오늘의 거리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하얀 레이스를 닮은 마켓 콜로네이드

밀 콜로네이드를 지나 다시 테플라강을 따라 걷다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웅장한 석조 기둥 대신 섬세한 나무 장식으로 이루어진 하얀 건물이 눈앞에 나타난다. 마켓 콜로네이드(Market Colonnade)다.

처음 마주한 모습은 온천 시설이라기보다 오래된 음악회장의 작은 무대처럼 보인다. 하얀 목조 기둥 위로 정교한 장식이 이어지고, 지붕 아래에는 레이스처럼 섬세한 문양이 새겨져 있다. 햇살이 비치는 날이면 하얀 건물은 더욱 밝게 빛나고, 뒤편의 숲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든다.

이곳 역시 사람들이 온천수를 마시며 천천히 쉬어 가는 공간이다. 손잡이가 달린 작은 온천 컵을 든 사람들이 샘 앞에 서서 물을 받고, 조금씩 마시며 회랑을 걷는다. 처음 보는 여행자에게는 조금 낯선 풍경이지만 이곳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일상이다.

도시를 걷다 보니 카를로비 바리의 온천 문화가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온천은 한 장소에 들어가 몸을 담그고 나오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 걷고, 쉬고, 다시 걸으며 하루 전체를 천천히 보내는 생활방식에 가까웠다.

여행 TIP

카를로비 바리에서는 손잡이와 주둥이가 달린 전통적인 온천 컵을 쉽게 볼 수 있다. 기념품점에서도 다양한 모양의 컵을 판매한다. 온천수는 샘마다 온도와 성분이 다르므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마시기보다 현지 안내와 자신의 상태를 고려해 천천히 경험하는 편이 좋다.


도시의 심장에서 솟아오르는 뜨거운 물

마켓 콜로네이드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카를로비 바리의 가장 유명한 온천 가운데 하나인 브르지들로(Vřídlo)가 있다. 도시의 지하 깊은 곳에서 올라온 뜨거운 광천수가 힘차게 솟아오르는 곳이다.

브르지델니 콜로네이드(Vřídelní kolonáda) 안으로 들어서면 앞에서 보았던 우아한 목조 회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난다. 이곳의 주인공은 건축물이 아니라 땅속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물이다.

뜨거운 수증기가 공기 속으로 퍼지고 물소리가 공간을 채운다. 도시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지금도 뜨거운 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게 다가온다. 수백 년 전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도 같은 물을 바라보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현재와 과거가 잠시 이어지는 듯하다.

카를로비 바리는 이 물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온천 주변에 사람들이 모였고, 사람들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숙소와 산책로가 생겼다. 이후 극장과 음악회장, 카페와 호텔이 들어서면서 하나의 도시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카를로비 바리의 건축물을 바라보다 보면 모든 길이 결국 온천으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도시의 중심에는 늘 물이 있었고, 그 물을 찾아온 사람들의 시간이 오늘의 카를로비 바리를 만들었다.


괴테와 베토벤도 걸었던 도시

카를로비 바리가 특별한 또 하나의 이유는 유럽의 수많은 예술가와 지식인들이 이 도시를 찾았다는 점이다.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고, 카를로비 바리와 깊은 인연을 남겼다.

베토벤 역시 이곳을 찾았다. 19세기 유럽에서 온천도시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었다. 왕족과 귀족, 정치가와 예술가들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중요한 문화적 공간이었다. 공연이 열리고 새로운 음악이 연주되었으며, 작가들은 산책길을 걸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 사실을 알고 거리를 걷자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오래된 호텔의 창가에 앉아 편지를 쓰던 사람, 숲길을 걸으며 작품을 구상하던 작가, 음악회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극장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음악가에게 산책은 때때로 또 하나의 작업실이었을지도 모른다. 악보 앞에서 떠오르지 않던 선율이 숲길을 걷다가 문득 찾아오기도 하고, 흐르는 물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서 새로운 리듬을 발견하기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여행지에서 음악이 생각나는 순간을 좋아한다.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다 문득 한 곡의 음악이 떠오르기도 하고, 낯선 골목에서 들려오는 종소리가 오래전 연주했던 곡을 불러오기도 한다. 카를로비 바리는 그런 기억을 자연스럽게 꺼내 놓게 만드는 도시였다.


온천과 예술이 함께 흐르는 도시

오후가 되자 테플라강 주변의 햇빛도 조금씩 부드러워졌다. 카페 테라스에는 사람들이 앉아 있었고, 온천 컵을 든 여행자들은 여전히 천천히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카를로비 바리의 아름다움은 건축물 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과 강, 숲과 산책길, 음악과 카페, 그리고 그곳을 걸어온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모두 모여 하나의 도시를 만들고 있었다.

2021년 카를로비 바리가 유럽 여러 나라의 역사적인 온천도시들과 함께 '유럽의 위대한 온천도시들'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온천수를 중심으로 치료와 휴식, 산책과 사교, 문화와 예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독특한 도시 문화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변을 조금 더 걷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파스텔빛 건물 사이로 테플라강이 흐르고 그 너머로 짙은 숲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다. 화려하지만 요란하지 않고, 우아하지만 사람을 긴장시키지 않는 풍경이었다.


프라하를 떠나 마음을 쉬러 가던 곳

카를로비 바리는 내게 처음 찾아간 낯선 여행지가 아니다. 프라하에 머물던 시절, 생활에 조금 지치거나 기분을 바꾸고 싶은 날이면 종종 찾아가던 곳이었다.

프라하도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였지만 오래 생활하다 보면 여행자의 눈으로만 도시를 바라볼 수는 없었다. 공부와 생활, 크고 작은 걱정들이 쌓이는 날도 있었다. 그럴 때 프라하를 잠시 벗어나 카를로비 바리로 향하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테플라강을 따라 걷고 온천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되었다. 천천히 걷고, 따뜻한 물을 마시고, 길가에 앉아 사람들을 바라보다 돌아오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래서 지금도 카를로비 바리를 생각하면 유명한 건축물보다 먼저 그때의 공기와 온기가 떠오른다. 내게 이 도시는 관광지라기보다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을 쉬게 해 주던 곳에 더 가까웠다.


작은 온천수 컵에 담긴 추억

카를로비 바리에 가면 빼놓지 않고 하던 일이 있었다. 손잡이에 가느다란 주둥이가 달린 작은 온천수 컵을 하나 사서 온천수를 받아 마시는 일이었다.

처음에는 컵의 모양부터 신기했다. 물을 받아 컵의 주둥이를 통해 조금씩 마시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온천수는 우리가 평소 마시는 물과는 맛이 달랐다. 따뜻하면서도 광물질 특유의 맛이 느껴져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어느새 그것마저 카를로비 바리에 오면 꼭 해보는 작은 의식처럼 되었다.

온천수를 마시며 거리를 걷다가 이곳의 유명한 와플도 맛보곤 했다. 얇고 둥근 와플 사이에서 전해지는 달콤한 맛은 따뜻한 온천수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거창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생각나는 것은 오히려 이런 작은 맛이었다.

길가에서 온천을 즐겼던 기억도 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있으면 발끝에서부터 온기가 천천히 올라왔다. 겨울 유럽의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온천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느낌이 참 좋았다.

여행 TIP

카를로비 바리의 대표적인 먹거리 가운데 하나가 얇고 둥근 온천 웨이퍼인 오플라트키(oplatky)다. 따뜻하게 구운 것을 바로 먹으면 더욱 맛있다. 온천수 컵도 도시 곳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여행 기념품으로 간직하기 좋다.


추운 겨울, 작은 호텔에서 만난 따뜻한 아침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추운 겨울날 묵었던 작은 호텔이다. 유럽의 겨울은 생각보다 매서웠다. 당시 묵었던 호텔 역시 객실 바닥 전체가 따뜻한 우리나라의 온돌과는 달랐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화장실 바닥에는 난방이 들어왔다. 밖에서 오래 걷고 돌아온 날이면 그 따뜻한 바닥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차갑게 식은 몸을 녹이려고 화장실의 따뜻한 바닥에 발을 올리고 한참 서 있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우스운 장면이지만, 이상하게도 카를로비 바리의 겨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추억 가운데 하나다.

다음 날 아침에는 또 하나의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는데 식당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큰 호텔의 뷔페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풍경이 아니라, 마치 어느 체코 가정집의 아침 식탁에 초대받은 듯했다.

호텔에서는 우리만을 위해 아침상을 차려 주었다. 따뜻한 빵과 소박한 음식들이 놓이고, 조용한 공간에서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화려한 서비스가 아니었기에 오히려 더 따뜻하게 기억에 남았다.

여행을 오래 하다 보면 유명한 호텔이나 멋진 레스토랑보다 예상하지 못했던 이런 순간이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이름조차 희미해진 작은 호텔이지만, 추운 겨울 화장실 바닥의 온기와 우리만을 위해 준비된 아침 식탁은 지금도 선명하다.


산책 후 들러볼 곳

🍽 Restaurant Embassy

카를로비 바리 중심부에서 체코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온천지구를 천천히 걸은 뒤 따뜻한 식사를 하며 쉬어 가기 좋다. 전통적인 분위기와 함께 체코식 고기 요리와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주소
Nová louka 296/21, 360 01 Karlovy Vary


☕ Café Elefant

카를로비 바리의 오랜 카페 문화를 느끼며 잠시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테플라강 주변의 풍경과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며 온천도시 특유의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주소
Stará Louka 343/30, 360 01 Karlovy Vary


여행을 마치며

카를로비 바리는 내게 유명한 온천도시라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다. 프라하에서 생활하던 시절, 마음이 답답하거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면 찾아가곤 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온천수 컵을 하나 사서 따뜻한 물을 받아 마시고, 얇은 와플을 하나 사 들고 거리를 걸었다. 차가운 겨울날에는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앉아 있기도 했다. 지금 돌아보면 대단한 일을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로 그런 평범한 시간들이 내게는 카를로비 바리의 가장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추운 겨울 작은 호텔에서 화장실의 따뜻한 바닥에 발을 올려놓고 몸을 녹였던 일, 다음 날 아침 조식을 먹으러 내려갔다가 우리만을 위해 차려진 식탁을 마주했던 순간도 생각난다. 여행은 때로 유명한 장소보다 이런 사소한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하게 한다.

세월이 지나 다시 그 도시를 떠올려 보니 카를로비 바리가 내게 주었던 것은 온천의 따뜻함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천천히 걷고, 따뜻한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마음을 쉬게 해 주었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내 기억 속 카를로비 바리는 늘 조금 따뜻하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온천의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손에는 작은 온천수 컵이 들려 있고, 어디선가 달콤한 와플 냄새가 풍겨오는 도시다.

아마 다시 프라하에서 생활하게 된다 해도 마음이 조금 지치는 날이면 나는 또 카를로비 바리행을 생각할 것 같다. 오래전 그랬던 것처럼 아무 계획 없이 천천히 걷고,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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